처음엔 그냥 피곤한 줄만 알았어요
하루 이틀 밤새는 건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주말에 몰아서 자면 되니까, 평일에 조금만 버티면 된다고 여겼죠. 그렇게 밤 2시 넘어서 잠들고, 아침에는 억지로 일어나고, 점심쯤 되면 정신이 흐릿해지고, 처음에는 그저 피곤한 거라고 넘겼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피곤하고, 아무리 자도 개운하지 않고, 점점 낮에도 멍한 상태가 오래 가더라고요. 집중도 안 되고, 기분도 들쭉날쭉하고, 심지어 소화도 안 되는 날이 많았어요. 몸이 이상하다고 느낄 때 쯤, 문득 내가 매일 자는 시간, 일어나는 시간이 너무 들쭉날쭉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생체리듬이 완전히 무너졌던 거였죠.
문제는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리듬의 붕괴였어요
하루는 자고 일어나도 너무 피곤해서 병원에 가봤어요. 피검사 결과는 정상이었고, 의사 선생님이 물으셨어요. “몇 시에 주무세요?” 그때 깨달았어요. 자는 시간이 12시일 때도 있고, 새벽 3시일 때도 있고, 기상 시간도 들쭉날쭉하다는 걸요. 몸은 습관을 기억하는데, 나는 내 몸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살았던 거죠. 낮에 피곤하고 밤에 멀쩡한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몸이 낮과 밤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잠이 안 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자야 할 시간을 매일 놓치고 있다는 게 진짜 문제였던 거였어요. 그때부터 조금씩 생체리듬을 되돌리기로 마음먹었어요.
가장 먼저 바꾼 건 아침을 억지로라도 시작하는 일이었어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밤을 바꾸기보다 아침을 먼저 바꿨어요. 아침 7시에 무조건 눈을 뜨는 걸 목표로 했어요. 처음에는 너무 괴로웠어요. 3시간밖에 못 자고 억지로 일어나야 하는 날도 있었고, 오전에는 거의 좀비처럼 앉아 있기도 했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맞추는 거였어요. 그렇게 하루 이틀, 억지로라도 아침을 일정하게 맞추다 보니, 밤이 점점 졸리기 시작했어요. 자고 싶지 않아도 11시쯤 되면 눈이 무거워졌고, 새벽까지 잠이 안 오던 패턴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고통스러웠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몸이 스스로 반응하더라고요.
햇빛을 쬐는 게 생각보다 훨씬 효과가 있었어요
생체리듬 회복에 햇빛이 그렇게 중요할 줄 몰랐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무조건 커튼을 열고, 햇살이 있는 쪽으로 가서 10분만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아무것도 안 해도 좋았고, 그냥 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깨어나는 느낌이 있었어요. 의외로 기분도 밝아졌고, 그날 하루의 텐션이 달라졌어요. 밖에 나가서 산책까지 하면 더 좋았지만, 못하더라도 빛을 눈으로 느끼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었어요. 인공 조명 아래선 느끼지 못했던 생명력이랄까, 그런 게 아침 햇살에 있었어요. 햇빛을 규칙적으로 쬐다 보니 몸이 아침과 낮을 구분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밤에는 졸리는 패턴이 생겼어요.
하루를 관리한다는 감각이 다시 살아났어요
예전에는 하루가 나를 끌고 다녔다면, 지금은 내가 하루를 끌고 가는 느낌이에요. 아침을 일찍 시작하고, 잠드는 시간이 정해지니까 하루의 구조가 생기더라고요. 식사도 제시간에 하게 되고, 커피도 늦은 시간에는 끊게 됐고, 그렇게 작은 습관이 이어졌어요. 무엇보다 내 몸이 다시 회복되는 걸 느꼈어요. 눈이 더 빨리 떠지고, 낮에 졸음이 덜하고, 무엇보다 기분의 기복이 훨씬 줄었어요. 생체리듬이 무너지면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느낌이 드는데, 그게 다시 하나로 붙는 기분이었어요. 일상의 균형이란 게 결국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 그 단순한 리듬에서 시작된다는 걸 정말 알게 됐어요.
조금씩 다시 돌아온다는 느낌, 그게 참 좋았어요
늦게 자는 날도 있고, 아침에 알람을 두세 번 끌 때도 있어요. 지금도 완벽하진 않아요. 하지만 중요한 건 망가졌던 그 리듬을 다시 되돌리는 방법을 내가 안다는 거예요. 무너졌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돌릴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고, 그게 요즘의 저를 지탱해줘요. 예전의 저는 밤이 길어질수록 불안했고, 낮이 짧아질수록 무기력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낮의 빛과 밤의 어둠을 구분하면서 살고 있어요. 그 단순한 감각이 돌아왔다는 게 참 소중하게 느껴져요. 하루가 무너지면 일상이 흔들리지만, 하루를 회복하면 나도 다시 회복된다는 걸 이제는 확실히 알게 됐어요. 알게된만큼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전에 지금 부터라도 생채리듬이 깨지지 않게 노력해야 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