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아도 세상이 너무 시끄러웠던 밤들
사실 불면증이라는 말을 처음 입에 올린 건 꽤 늦은 시기였어요. 그전까지는 그냥
내가 예민한 사람인가보다, 머릿속이 시끄러워서 그런가보다 그렇게 넘겼거든요.
근데 이상하더라구요. 피곤한데도 잠이 안 와요. 몸은 분명히 지쳤는데, 눈은
말똥말똥. 머리에서는 하루 종일 있었던 일들이 영화처럼 재생되고 아 진짜 그때는
잠이라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을까요.
더 웃긴 건, 이걸 누군가한테 말하면 "아 그런 날도 있지~"라고 툭 넘기니까 나만
이상한 건가? 싶고 괜히 창피하고, 쪼끔 서럽기도 했고요. 그러다 진짜 큰일
나겠다 싶을 정도로 밤을 지새운 적도 있었어요. 한두 번이 아니었죠.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던 날도 기억나요. 나 왜 이러지, 왜 이렇게 잠이 무섭지 하고요.
그렇게 몇 달을 헤매다가, 결국엔 저만의 방법을 하나하나 찾게 됐어요. 뭐 대단한
건 아니에요. 그냥 나한테 맞는 걸 찾아간 과정이랄까. 오늘은 그 얘기를 좀
해보려구요.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어두운 방 안에서 뒤척이고 있다면 그 사람한테 작게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싶어서요.
침대는 잠만 자는 곳, 진짜로 그렇게 했어요
그때 처음 알았어요.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 보는 거, 넷플릭스 켜놓고 누워있는 거,
아무 생각 없이 뒹굴기 이게 다 내 뇌한테 ‘여긴 잠자는 곳 아니야~’라고 알려주는
거라는 걸요.
그래서 딱 마음 먹었어요. 이제부터 침대는 '잠자는 곳'으로만 쓰자. 정말 말
그대로, 졸릴 때만 누웠어요. 처음엔 어색하더라구요. 누우면 자동으로 휴대폰 들고
싶은 거 꾹 참는 거,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몇 번은 실패했어요.
눕자마자 인스타 들어갔다가 눈 퉁퉁 붓고 아침 맞은 적도 있어요.
근데 신기하게도, 한 일주일쯤 지나니까 좀 달라졌어요. 몸이 ‘아, 이제 잘
시간인가보다’ 하고 반응을 하더라구요. 억지로 눈 감고 있지 않아도, 숨이 좀
고르고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 막 심장이 덜쿵거리던 게 조금씩 사그라지는 거예요.
물론 완벽하진 않았어요. 어떤 날은 또 괜히 생각 많아지고 뒤척이기도 했죠.
하지만 그 ‘패턴’을 조금씩 몸에 익히면서, 밤이 예전처럼 무서운 시간이 아니게
되었어요. 침대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니까, 진짜로 좀 살 것 같았어요.
루틴이 생기니까, 마음이 먼저 잠들더라구요
제가 해본 것 중에 효과 있었던 거요? 진짜 의외일 수도 있는데 ‘잘 준비’를
정성스럽게 하는 거였어요.
뭐 별거 아니에요. 자기 전에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조명은 노란색으로 낮추고,
향도 은은한 걸로 틀어놨어요. 라벤더나 우디한 계열 있잖아요. 처음엔 괜히 유난
떤다 싶었는데 이상하게 그렇게 하면 뇌가 ‘이제 잠잘 시간인가 보다~’ 하고
인식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하루 정리’를 해주는 거였어요. 저는 작은 노트에다가
오늘 어땠는지, 그냥 두세 줄 써요. “오늘 너무 속상했음. 근데 라떼 맛있었음.”
이런 식으로요. 진짜 별거 아닌데, 이게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구요.
그럼 잠결에 막 생각이 꼬리를 물고 날뛰는 일이 줄어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 시간 정해놓고 누우는 거요. 아무리 졸려도 10시 전엔 안
눕고, 아무리 안 졸려도 12시엔 무조건 누웠어요. 규칙이 생기니까 몸이 스스로
반응하더라구요. 아 진작 이렇게 해볼걸,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완벽하게 안 자도 괜찮다고, 나 자신에게 말했어요
불면증이 더 무서워지는 건 ‘또 못 자면 어떡하지’ 하는 그 불안감이었어요.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잠 안 오는 날보다 ‘잠 안 올까 봐 걱정하는 밤’이 더 힘들었어요.
그래서요, 그냥 포기했어요. 아예 ‘오늘 못 자도 괜찮아’라고 말하기로요. 대신 그
시간에 뭐라도 해보자. 책 읽거나, 조용한 음악 틀거나, 가볍게 스트레칭하거나.
한 번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거실 바닥에 요가매트 깔고 스트레칭했는데, 10분쯤
지나니까 슬그머니 졸리더라구요. 결국 베개에 머리 대고 30분 만에 기절했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잠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와주는 손님’ 같다는 거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아 오늘은 그냥 이런 날인가 보다. 내일
좀 피곤하겠지만 뭐,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으니까, 이상하게 잠이 더
잘 왔어요. 웃기죠? 내려놓으니까 오는 거.
지금도 가끔은 뒤척여요, 근데 괜찮아요
지금은요, 예전보단 많이 나아졌어요. 막 ‘불면증 완치!’ 이런 건 아니에요. 지금도
가끔은 잠 안 오는 밤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까지 무섭진 않아요.
왜냐면, 이제는 아는 거죠. 내가 어떤 루틴이 필요하고, 어떤 생각은 흘려보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거.
혹시 지금 이 글 읽고 있는 분도 그런 밤에 있나요? 눈은 감았는데 머리는 안
꺼지고, 심장은 괜히 빨라지고 그 기분, 저 정말 알아요. 근데요, 진짜 괜찮아질
수 있어요. 완벽하진 않아도, 조금씩.
그냥 그런 날도 있는 거죠, 뭐. 오늘은 좀 쉬자구요. 조용한 음악 틀고, 향도 좀 켜고. 내 마음부터 먼저 재우는 밤이 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