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뒤집힌 피부,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어느 날 아침, 평소처럼 세수하고 거울을 봤는데 뺨 한쪽에 빨갛게 올라온 자국이 보였어요. 처음에는 그냥 트러블 하나 생긴 거겠지 싶었죠. 그런데 그날 저녁에는 반대쪽에도 올라왔고, 이틀 뒤에는 턱 주변까지 번졌어요. 좁쌀 같은 게 잔뜩 올라오고, 모공도 푸석해진 느낌이었어요. 뭘 발라도 따갑고, 세안할 때마다 화끈거리는 통증이 있었죠. 화장도 들뜨고 잘 안 먹고, 거울 보는 게 점점 괴로워졌어요. 그땐 진짜 원인을 몰라서 속만 탔어요. 제품이 문제인 건가 싶어서 기초도 바꾸고, 일주일 넘게 아무것도 안 바르기도 했어요. 그런데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예민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다 문득, 피부 겉이 아니라 피부 속 안에서부터 뭔가 잘못된 거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피부가 아니라 내 몸 전체가 보내는 신호 같았어요
유난히 피곤했던 그 시기에요. 일도 많았고 잠도 부족했고, 식사도 불규칙했죠. 자극적인 음식도 자주 먹었어요.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이 입에는 당기는데,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고 피부는 더 안 좋아지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때부터 식단을 돌아보기 시작했어요. 하루 세 끼 중 제대로 된 식사는 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엉망이었거든요. 빵이나 커피로 끼니를 때우고, 저녁엔 배달음식에 탄산을 곁들이는 게 습관처럼 굳어 있었어요. 갑자기 확 바꾸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서, 일단 아침에 따뜻한 물을 마시는 걸로 시작했어요. 공복에 물 한 잔 마신 다음에는 되도록 찬 음식은 피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작은 것부터 바꿔보기로 했어요.
달달한 음식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몰랐어요
스트레스 받으면 달달한 게 당기잖아요. 저도 당연히 그랬어요. 초콜릿, 쿠키, 빙수 같은 당류를 거의 매일 먹었어요. 그런데 설탕이 들어간 음식이 피부에 영향을 준다는 얘길 듣고 나서 조금 충격을 받았어요. 단 음식이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그게 염증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더라고요. 피부 트러블도 결국 염증의 일종인데, 내가 매일 그걸 키우고 있었던 셈이었죠. 그래서 당장 끊을 수는 없어도 줄여보자는 마음으로, 간식 대신 견과류나 방울토마토를 집어 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맛이 안 느껴지고 만족감도 없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단 음식 생각이 덜 나더라고요. 피부도 그때부터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물 많이 마시기,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어요
물을 많이 마시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지만, 그 전까지는 제대로 실천한 적이 없었어요. 물보다는 커피나 탄산수를 훨씬 많이 마셨거든요. 그런데 하루 1.5리터만 목표로 잡고, 큰 텀블러 하나에 물을 담아두고 수시로 마셨더니 달라졌어요. 처음 며칠은 화장실만 자주 가고 별다른 변화가 없었는데, 어느 날 아침 세수하는데 얼굴이 살짝 덜 당기는 걸 느꼈어요. 눈가나 볼 주변이 덜 거칠고, 좁쌀도 조금씩 가라앉는 느낌이었어요. 수분 부족이 피부 문제를 키운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더라고요. 단순히 바깥에 뭘 바르는 것보다, 안에서부터 채우는 게 훨씬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식단이 바뀌니까 몸도 달라지고 마음도 가벼워졌어요
피부가 좋아지려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결국 제일 많이 바뀐 건 생활 패턴이었어요. 음식을 챙겨 먹기 위해 요리를 하게 되고, 요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찍 일어나게 됐어요. 그런 변화들이 하나하나 이어지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컨디션도 좋아졌어요. 피부 트러블도 서서히 가라앉았고, 예민했던 홍조나 화끈거림도 점점 줄어들었어요. 물론 완벽하게 좋아진 건 아니에요. 지금도 가끔씩 피부가 뒤집히는 날은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기본 식단으로 돌아가요. 따뜻한 국, 싱거운 반찬, 충분한 수분 그리고, 단 것보단 담백한 걸 선택하려고 해요. 피부는 결국 내 생활의 결과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않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준을 만들었어요
예전에는 한 번 무너지면 모든 걸 포기했어요. 치킨 한 번 먹은 날이면, 오늘은 망한 날이라고 생각하고 더 자극적인 걸 찾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기준이 생겼어요. 무너져도 다시 돌아가면 된다는 마음. 식단을 고치면서 내가 나를 얼마나 챙기지 않았는지도 알게 됐고, 먹는 게 곧 나라는 말의 의미도 느끼게 됐어요. 피부가 좋아진 건 보너스였고, 결국은 내가 나를 돌보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음식 하나에도 마음이 담기고, 나를 위한 선택을 하는 기분이 들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꾸준히 그게 피부도, 나도, 다시 좋아지는 길이라는 걸 천천히 깨달아가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