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땐 쉬는 것도 운동이에요

 

몸이 무겁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그럴 땐 나를 자책했어요

아무 이유 없이 피곤하고 몸이 축 처지는 날이 있어요. 그냥 그런 날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런 날마다 나는 왜 이럴까, 내가 너무 게을러졌나,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머리는 아픈 것 같고, 목도 뻣뻣하고, 감기처럼 아픈 건 아닌데도 몸 전체가 힘이 없고, 잠도 이상하게 깊이 들지 않고, 그런 날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집중이 하나도 안 되고, 뭘 해도 진도는 나가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 상태의 나를 내가 자꾸 몰아붙인다는 거였어요. 쉬고 싶다면서도 쉬면 안 될 것도  같고, 누워 있어도 불안한 기분에 계속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다 하루를 다 날려버리기도 했어요. 그렇게 몸도 마음도 무너진 채로 하루가 끝나고 나면 이상한 죄책감이 남아있어요. 그래서 그 다음 날에는 억지로 뭔가를 하려고 애도 써봤고, 그러다 다시 아프고 지치고, 그런 날이 반복됐어요.

그러다 어느 날, 쉬는 것도 몸의 운동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운동이라는 건 꼭 몸을 움직이는 것만이 운동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회복도 하나의 능력이자 활동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아 있었어요. 아픈 몸을 억지로 끌고 나가서 1시간 걷는 것보다, 진짜 필요한 순간에 내 몸을 잠깐 멈추게 해주는 게 오히려 더 건강한 일일 수도 있다라 고요.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는 쉬는 걸 다르게 보기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누워만 있는 나를 부끄럽게 여겼다면, 요즘에는 그게 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내 몸이 알아서 스스로 회복하는 시간이었어요. 단순히 게으른 시간이 아니라, 고장 난 몸을 고치는 정비 시간 같은 거였죠. 그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하니까, 마음이 조금씩 풀리더라고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몸이 예전보다도 더 빨리 회복이 되더라고요. 억지로 움직일 땐 며칠을 앓던 감기 기운이, 내가 제대로 쉰 하루만에 사라지는 경험도 했어요.

요즘에는 몸이 보내는 신호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게 됐어요

몸은 늘 말하고 있었는데 내가 안 들으려 했던 것 같아요. 피곤하다고 신호를 보내고,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아프다고 울부짖을 때조차도 나는 그냥 참고 지나 가려고 만 했던것 같아요. 몸은 그렇게 무시 당하는 걸 몇 번 견디다 견디다 결국 무너져버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아프면 멈춰요. 오늘 못 하는 건 내일 할 수 있다고 믿고, 하루 쯤은 흐트러져도 괜찮다고 말해요. 예전보다 더 자주 눕고, 더 자주 눈을 감고, 가만히 있어보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그 시간을 그냥 무기력한 시간이 아니라, 운동 전 준비 운동처럼 생각 하려고 해요. 쉬는 것도 내 안에서 무언가를 움직이는 활동이라는 걸 진짜로 체감하게 됐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몸이 무겁고 감정이 처지는 날이 와도 덜 당황해요. 아, 지금은 쉴 때구나, 그렇게 알아채고 멈출 수 있게 됐거든요.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나를 아끼는 방향으로 살고 싶어요

누군가는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자주 힘들까 생각했던 적도 아주 많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아요. 다들 안 힘든 게 아니라, 그냥 표현을 안 하는 거구나 하고 말이죠.  멈추는 법을 아직 모르는 거겠죠. 쉬는 게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는 게 결코 약하거나 게으른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요. 아플 때 쉬는 건 생존이고, 회복이고, 나를 살리는 선택이라고요. 내일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한 준비죠. 그래서 오늘 하루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을 내려놓고, 그렇게 쉬어가는 것도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안전 적인 운동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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