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은 조금만 바뀌었는데 몸이 먼저 반응하더라고요

아직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도는 날씨인데, 어느 날 갑자기 목이 간질간질했어요. 감기 걸리기 전처럼 머리도 무겁고, 눈도 시리고, 온몸이 기운이 없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피곤한가보다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매년 이맘때면 꼭 비슷한 증상이 생기는 거예요.

조금만 바람 불면 코가 막히고, 햇살은 좋은데 머리가 무겁고, 입맛도 뚝 떨어져요. 뚜렷한 병명은 없는데 몸이 말썽을 부리는 느낌. 병원에 가면 이상 없대요. 특별한 염증도 없고, 바이러스도 아니고. 그런데 나는 계속 멍하고 피곤하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되죠.

이걸 ‘환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계절이 바뀌는 시기, 특히 여름에서 가을, 겨울에서 봄 넘어갈 때. 기온 변화는 물론이고, 습도, 일조량, 공기질까지 확 달라지니까 몸이 적응하느라 예민해지는 거라고. 말은 쉬운데 막상 겪으면 진짜 지쳐요. 특히 매년 비슷한 시기에 똑같은 증상이 반복되면 더 예민해지고요.

저는 그걸 처음엔 내가 예민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런 증상 겪는 사람이 꽤 많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이 시기를 ‘버티는’ 게 아니라, ‘지나가는 계절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몸이 예민한 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뜻인 거죠.

마음은 멀쩡한데 몸이 말을 안 들을 때가 있어요

계절이 바뀌면 저는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감이 생겨요. 일도 똑같이 했고, 수면 시간도 괜찮은데 아침에 눈을 뜨면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어요. 출근길엔 괜히 어깨가 무겁고, 앉아 있어도 다리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아요.

특히 봄에서 여름, 또는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는 때는 며칠씩 두통이 이어지기도 해요. 머리가 띵하고, 뒷목이 뻐근하고, 갑자기 눈도 따가워지면서 컨디션이 곤두박질치는 느낌. 그런데 이런 날은 아무리 마음먹어도 몸이 안 따라줘요. 일하고 싶은데 집중이 안 되고,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의욕이 안 생기고.

가장 당황스러운 건, 감정은 멀쩡한데 몸이 먼저 무너진다는 거예요. 우울하거나 불안한 감정이 없는데도 내 몸이 지쳐 있으면 이상하게 자존감까지 내려가요. 난 왜 이렇게 의지가 없을까, 왜 이 정도도 못 버티지. 그렇게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몸의 반응을 감정처럼 받아들이려고 해요. 몸도 말을 한다고 하잖아요. 그냥 컨디션이 나쁘다, 피곤하다, 그런 신호를 보내는 중인 거예요. 예전처럼 무조건 참거나 넘기지 않고, 하루 이틀은 느긋하게 보내려고 해요. 그게 회복을 더 빨리 도와주더라고요.

계절이 바뀌는 시기엔 나만의 리듬을 유지하려고 해요

이전에는 이맘때쯤 되면 무조건 뭘 더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운동을 더 하거나, 건강식품을 먹거나, 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요. 근데 그러면 오히려 더 지치더라고요.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든 몸을 또 밀어붙이는 셈이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최대한 루틴을 일정하게 유지해요. 예를 들어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을 웬만하면 일정하게 맞추려고 하고, 식사 시간도 들쑥날쑥하지 않게 해요. 그렇게만 해도 몸이 당황하지 않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음식도 너무 자극적인 거 말고, 따뜻하고 소화 잘 되는 음식 위주로 먹어요. 계절이 바뀌면 속도 예민해지니까 차가운 음료, 밀가루, 튀김 이런 건 자연스럽게 줄이게 됐어요. 대신 국이나 죽, 구운 채소 같은 걸 많이 먹어요. 나물 반찬도 요즘은 자주 손이 가요. 몸이 편안해지는 게 느껴지니까요.

그리고 이 시기엔 억지로 무언가를 끌어올리려 하지 않아요. 조금 덜 해도 괜찮다고 말해줘요. 하루에 하나만 잘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루틴이 무너지지 않도록만 유지하면, 계절이 완전히 넘어갈 즈음엔 컨디션도 자연스럽게 회복되더라고요.

이 시기를 통과하는 나만의 방식이 생겼어요

예전엔 이맘때면 꼭 병원도 들락거리고, 약도 챙겨 먹고, 사람들한테 하소연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게 딱히 도움이 되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이 시기를 나만의 방식으로 조용히 넘기기로 했어요.

저는 이 시기에 일부러 조금 느리게 움직여요. 아침에 일어나는 속도부터 줄이고, 일 시작하기 전 커피 마시는 시간도 조금 더 길게 가져요. 바쁜 하루가 시작되기 전에 나를 다독이는 시간이에요. 그러면 몸도 마음도 한 박자 느리게 출발하면서 덜 지치더라고요.

또 하나는 햇빛. 환절기엔 실내에만 있으면 더 무기력해져요. 그래서 아침에 잠깐이라도 햇빛을 받으려고 노력해요. 창문 열고 바람 한번 쐬는 것도 도움이 되고, 짧게 산책하는 것도 좋아요. 햇빛을 조금만 받아도 기분이 달라지는 걸 느껴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통보다 조금 더 부드럽게, 조심스럽게 보내요. 그러면 어느새 봄이 됐거나, 어느새 가을이 되어 있어요. 그때마다 ‘이번에도 잘 지나왔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요. 몸이 예민하다고 해서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런 몸이 있어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거니까요.

예민한 것도 나의 일부라고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몸이 힘들었던 그 시절엔 내가 왜 이렇게 약한지에 대한 자책이 컸어요. 누군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나는 이 정도 기온 변화에도 이렇게 무너질까. 괜히 위축되고, 스스로가 부끄러웠어요.

근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예민하다는 건 나쁘거나 약하다는 뜻이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변화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뜻이고, 몸이 그만큼 섬세하게 움직인다는 뜻이기도 해요. 몸이 알려주는 그 작은 신호들을 이제는 무시하지 않아요. 잘 들여다보고, 가능한 한 조심히 대하려고 해요.

계절은 누구에게나 바뀌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잖아요. 나는 조금 느리고 예민한 방식으로 반응하는 사람일 뿐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이런 변화의 시기가 오면 마음을 먼저 챙기고, 몸은 좀 더 편하게 쉬도록 해요. 필요한 만큼 자고, 먹고,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게 있는 시간도 스스로에게 허락해요.

몸이 예민한 건 그저 신호예요. 나한테 잠깐만 쉬어달라고, 좀 더 살살 살아달라고 말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금 천천히 움직이고 있어요. 계절은 바뀌고 있지만, 나는 나만의 속도로 따라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