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코가 막혀서, 그냥 그날 하루가 망한 기분이었어요
사실 예전엔 비염이라는 게 그렇게 큰 병이라고 생각 안 했어요. 그냥 환절기마다 콧물 조금 나고, 코가 답답하긴 하지만 뭐 그 정도지 싶었거든요. 근데 그게 진짜 스트레스인 걸, 몇 년 전부터 알게 됐어요.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코가 막혀 있으면 숨 쉬는 것도 답답하고, 말하는 것도 어눌하고 진짜 하루를 망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재채기가 터지기 시작하면 연속으로 5번, 6번씩 나오고, 세수도 하기 전에 휴지부터 찾아야 했어요.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 쉬다 보니 목은 또 칼칼하고요.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체력은 반쯤 빠진 느낌. 그게 반복되다 보니까 사람도 점점 예민해지고, 일상생활이 너무 불편해졌어요. 무엇보다도, 이게 언제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게 참 답답했죠.
하루에 두 번씩 해본 생리식염수 세척, 귀찮아도 했더니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생리식염수로 코 세척하면 도움이 된다는 얘길 들었어요. 솔직히 반신반의했죠. 물로 씻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싶었거든요. 처음엔 코세척기부터 사야 하는지도 몰라서 종이컵에 식염수 붓고 고개 돌려가며 시도했는데, 물이 목으로 넘어가서 헛기침 엄청 났어요. 진짜 오바스럽게 토할 뻔했을 정도로. 그걸 몇 번 해보다가, 결국 전용 세척기 하나 샀는데 그나마 좀 수월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리고 자기 전에 한 번씩 했는데 신기하게도 며칠 지나고 나니까 아침에 코막힘이 덜한 날이 점점 생기기 시작했어요. 하루는 깨끗하게 숨이 쉬어지니까 그게 너무 신기해서, 그 다음날도 잊지 않고 또 했고요. 물론 간혹 다시 막히는 날도 있었지만, 확실히 예전보단 나아졌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뭔가 내가 내 몸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그게 의외로 위안이 되더라고요.
집 먼지 진드기 커버? 그냥 마케팅인 줄 알았는데
엄마가 그러더라고요. 침구에서 먼지 진드기가 많이 나와서 알러지 유발한다고. 그래서 진드기 방지 커버를 사보자고 했는데, 처음엔 좀 웃겼어요. 그 얇은 커버 하나 씌운다고 뭐가 달라지겠냐고요.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진 않았고요. 근데 생각해보면, 하루에 제일 오래 붙어 있는 곳이 침대잖아요. 그걸 바꿔보자는 마음으로 매트리스 커버, 베개 커버, 이불 커버까지 세트로 싹 바꿨어요. 그리고 그날 밤, 자고 일어났는데 신기하게도 코막힘이 덜했어요. 물론 ‘기분 탓인가?’ 싶었지만, 그다음날도, 또 그다음날도 계속 그랬거든요. 그때 깨달았어요. 나는 알레르기성 비염인데, 그 알러젠이 바로 내 침구 안에 있었구나. 그 뒤로는 이불도 일주일에 한 번, 베개 커버는 이틀에 한 번씩 꼭 빨았어요. 빨래하는 건 번거롭지만, 숨 쉬기 편해진 게 훨씬 중요했어요. 그리고 왠지 모르게 마음까지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깨끗한 이불에 눕는 순간, 뭔가 위로받는 기분도 들었어요.
몸이 차가우면 코도 막히더라고요. 따뜻하게 지내는 습관
비염이랑 체온이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제 경험상 몸이 차가워지면 코막힘도 심해졌어요. 특히 생리 전이나 피곤할 때, 몸이 으슬으슬하면 꼭 코도 더 답답했거든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기 시작했어요. 카페 가서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따뜻한 차 시키고, 집에서도 찬물은 최대한 피했죠. 손발이 찬 편이라 전기방석도 깔고, 무릎 담요도 챙겨다녔어요. 이런 습관들이 하나씩 자리 잡으면서 이상하게도 몸 전체가 좀 편안해지고, 비염 증상도 덜 심해졌어요. 또 한 가지, 스트레스 받으면 면역력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너무 억지로 뭘 하려고 하지 않고, 피곤한 날은 그냥 푹 쉬기도 했어요. 예전엔 ‘운동은 무조건 해야 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내 컨디션 보면서 조절해요. 그러니까 오히려 몸이 덜 긴장되고, 증상이 덜 도지더라고요. 그러니까 비염도 ‘싸워서 이기는 병’이라기보단,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쪽이 더 맞는 것 같아요.
완전히 나은 건 아니지만, 지금 이대로도 꽤 괜찮아요
물론 지금도 환절기엔 비염 증상이 올라와요. 먼지 많은 곳 가면 코 간지럽고, 갑자기 추워진 날엔 아침에 재채기도 하죠. 근데 예전처럼 하루 종일 그 증상에 끌려다니진 않아요. 생리식염수 세척, 침구 청소, 따뜻한 물, 그리고 적당한 쉼. 이 네 가지가 제겐 진짜 도움이 됐어요. 어떤 날은 또 다시 도돌이표 같고, '내가 괜히 기대했나' 싶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단 나아졌다는 건 확실해요. 완벽하지 않아도, 덜 불편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요즘 많이 편안해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조심하면서, 제 몸과 잘 지내보고 싶어요. 언제는 또 더 좋아질 수도 있겠죠. 그냥 지금처럼만이라도 괜찮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가는 중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