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무겁고 머릿속이 지끈할 때가 많았어요
예전엔 스트레스를 그냥 참고 넘겼어요. 다들 그렇듯이 일하고 사람 만나고, 바쁘게 지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쌓이는 게 스트레스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몸이 반응하더라고요. 어깨가 항상 뭉쳐 있고,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가끔은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했어요. 웃긴 건 병원에 가도 딱히 병명은 없다는 거예요. 피곤할 수 있다거나, 과로 정도로 얘기하죠. 약을 처방받아도 근본적으로 나아지는 건 없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너무 지쳐서 그냥 바닥에 퍼져 있었어요. 그때 문득 욕조가 떠올랐어요. 평소엔 잘 쓰지도 않았던 욕조를 물 받아서 한번 들어가 보자 싶었죠. 물에 들어가 앉아 있는데, 피곤함이 싹 녹아드는 것처럼 너무 좋았어요. 피로가 풀리는 기분 이었어요.
처음 반신욕했을 때 그 묘한 편안함이 아직도 기억나요
물 온도는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게 살짝 따뜻하게 맞췄어요. 배꼽 밑까지 담그고 허리는 곧게 세운 채 앉았죠. 처음엔 땀이 날까 싶었는데, 한 10분쯤 지나니까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손끝도 따뜻해졌어요. 그 순간 기분이 너무 이상해 지는거에요. 몸이 천천히 풀리는 느낌이 들고, 오랜만에 아무 생각도 안 나는 상태였어요.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데 머릿속이 정지된 것처럼 조용했죠. 하루 종일 사람들과 부딪히고, 수십 가지 생각들로 뒤엉켜 있었는데, 이 짧은 시간 동안엔 내가 멈춰 있는 기분이었어요. 심장도 천천히 뛰는 것 같고, 온몸이 안정되는 느낌이었어요. 반신욕이 이렇게 좋았나 싶었죠.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만 해도 확실히 달라요
반신욕을 생활에 조금씩 들이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주말에만 했는데, 요즘은 퇴근 후에 힘든 날이면 일부러 물을 받아요. 귀찮다고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이 먼저 원하더라고요. 물을 받으면서 좋아하는 향이 나는 입욕제를 조금 넣거나, 허브 티백을 욕조에 띄우면 기분이 또 달라져요. 은은한 라벤더 향은 진짜 잠을 잘 자게 해줘요. 조명을 낮추고 조용한 음악을 틀어두고 앉아 있으면, 마치 스파에 온 기분이에요. 근데 그게 별게 아니라는 게 신기하죠. 집에서 물만 있으면 가능한데도, 왜 못 하고 살았나 싶어요. 확실히 기분이 좋아져요. 다 하고 나와서 수건으로 몸을 닦을 때, 몸이 가벼워진 걸 느껴요. 몸이 따뜻하니까 마음도 덜 불안하고, 생각도 덜 복잡해지더라고요.
몸이 바뀌니까 마음도 바뀌고 생각도 차분해졌어요
반신욕을 꾸준히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불면증이 줄었다는 거예요. 예전엔 아무리 피곤해도 잠이 안 오는 날이 많았거든요.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만 계속 보고, 뒤척이다가 새벽에 겨우 잠드는 패턴이었어요. 근데 반신욕한 날은 신기하게도 눕자마자 잠이 와요. 잠들기도 쉽고, 중간에 개지도 않고 요즘은 자다가 덜 깨는것 같아요. 피로가 풀리니까 집중력도 조금씩 좋아졌어요. 뭔가에 쉽게 예민해지던 것도 덜해졌고, 작은 일에도 욱하는 게 줄었어요. 몸이 편해야 감정도 안정된다는 말, 진짜 실감하게 됐어요. 그리고 나를 위한 시간을 일부러 만든다는 게 뿌듯하기도 했고요. 하루에 20분 정도만 투자해도 하루 전체가 달라지는 기분이었어요.
지금도 많이 지치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반신욕이 만능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에겐 피로와 묘한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것들이 좋았어요. 여전히 스트레스는 쌓이고, 피곤한 날도 있어요. 하지만 예전처럼 지치는 감정을 계속 끌고 가지 않게 됐어요. 반신욕 이라는 아주 단순한 습관 하나가 내 일상의 리듬을 바꿔줬고, 그 덕분에 마음이 덜 흔들리게 됐어요. 지금도 무기력한 날이 있긴 하지만. 그럴 땐 욕조에 물부터 받아요. 거기 앉아 있으면 이상하게 조금씩 괜찮아지더라고요. 반신욕은 제게 그런 시간이 됐어요. 나를 다시 중심으로 돌려주는 시간. 평범하지만 분명한 회복의 시간이었어요. 계속 이렇게 살고 싶어요. 힘들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나만의 방식이 있으니까요.

